2021. 2. 4. 14:11ㆍ투자일기
제목: 장모님 돈 2,000만원과 멘탈을 함께 말아먹은 이야기.(Feat. 잘못된 투자의 예. 지옥의 레이스)
[사건의 발단]
장모님 돈으로 지옥의 투자를 시작하기 몇달 전,
나는 운좋게 XRP코인 매수 타이밍을 맞추고 자산이 약 2배 상승한 적이 있었다.
이런 초심자의 행운이 지옥투자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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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당시 여자친구)에게 자산이 2배 상승한 소식을 알렸다.
나란 놈 : 자기야, 나 코인이라는걸 하는데 이거봐. 대박이야. 내가 리플 XRP를 330원대에 300만원어치 샀는데 지금 거의 2배 뛰었어. 이게 리플 XRP라는 코인인데, 국제송금에 쓰일거래. 기존 은행들은 이제 다 망할거야. 자기 블록체인이 대세인거 알지? 리플이라는 회사가 있는데 세계 각국의 은행들이랑 파트너쉽도 맺고있고 좀 있으면 이제 돈대신 코인을 쓰는 세상이 온대. |
이렇게 와이프는 코인에 물들게 되었다.
와이프를 통해 장모님에게도 코인 이야기가 흘러들어갔다.
그러던 어느날! (악몽의 시작)
와이프에게 연락이 왔다.
와이프 : 자기야, 우리 엄마가 여유자금으로 2,000만원 정도 갖고 있는데 코인에 넣어볼래?
코인 550원대 했었는데 요즘 많이 떨어졌잖아. 지금 들어가서 10%만 먹고 나와도 어디야? 나: 음. 그럴까? (야!! 그러지마!! 하지마 미친X아!(인터스텔라Ver.)) 나도 요새 유튜브 많이 봤는데, 차트상 언제 올라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래. 지금 타이밍 괜찮은 것 같아. 그럼 자기 1,000만원, 나 1,000만원 나눠서 해볼까? (제발 누가 좀 말려줘!!) |
그렇게 우리는 결혼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장모님의 돈 2,000만원을 빌려 투자하게 되었다. 두달만 빌려쓰고 갚는 조건이었다. 당시 리플 XRP기준 450원 정도에 매수한 것 같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450원 매수 -> 270원 -> 218원 (하락장 초입에 자신있게 진입함. 분할매수 따윈 없음. 몰빵매수 함.)
투자하면서 이렇게까지 멘탈이 부서진건 처음이었다.
공포 그 이상의 느낌이었다.
‘X됐다..’ 싶으면서도 공포, 분노, 허탈, 좌절, 걱정, 쪼그라드는 느낌 등 온갖 살벌한 느낌은 다 느꼈다.
내가 투자한 돈은 자그마치 ‘장모님 돈’이었다. 게다가 두달간 빌리기로 한거라 존버할 수도 없었다. 시간은 째깍째깍 흘렀고, 두달이란 시간이 다돼갈수록 코인 가격은 지하실을 뚫고 처박히고 있었다.
처음엔 이렇게 생각했다.
‘아 그래, 조금 떨어질 수도 있지 이제 곧 바닥을 다지고 올라갈거야.’ ‘내가 450원 정도에 샀으니까, 430원정도? 지지하다가 올라가겠지?’ ‘지금도 많이 떨어진 상태니까 곧 반등하겠지?’ ‘이상하다, 이제 떨어질 만큼 떨어졌으니 오를때가 됐는데?’ |
- 이하 약 반년 간 지옥 같은 마음고생을 하였다. -
- 그야말로 투자 대실패였다. 처참했다. -
(당시 투자일기를 작성한게 있다. 당시의 심정은 추후 포스팅하겠다.)
[어떻게 갚았을까]
다행히 나랑 와이프 둘다 직장생활을 했기에 몇개월간 모인 돈과 눈물의 손절매를 더하여 겨우겨우 갚았다. 당시 돈을 어떻게 구했는지 정확히 파악도 안된다. 지저분한 계좌의 입출금 흔적만 남아있을 뿐이다.
돈을 갚고난 뒤 우리의 계좌는 마치 전쟁이 휩쓸고 간 폐허가 된 마을 같았다.
(당시 아파트 중도금을 빠듯하게 내야했던 상황이라 2,000만원은 굉장히 큰돈이었다. 정말 여윳돈이 없었다. 이런 시기에 이런 위험한 투자를 하다니 정말 미쳤었나보다.)
[투자 실패 요인]
1. 충분히 기다릴 수 있을만한 여윳돈이 아니었다. (남의 돈 + 두달 뒤 갚아야되는 돈)
2. 위험한 투자자산에 무리하게 배팅할 시기가 아니었다. (아파트 중도금을 빠듯하게 납부하던 시절이었다.)
2. 특정 유튜버의 말에 지나치게 의존했다. (시장을 극단적으로 낙관했다)
3. 하락했을 때의 대비책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오를거란 생각밖에 안했다)
[여기서 얻은 교훈]
- 투자는 여윳돈으로 하자. (몇달 후 지불해야 할 돈인데 10%, 20% 먹겠다고 무리하게 배팅 X)
- 정말로 레버리지를 쓰고 싶다면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쓰자.
-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더라도 버틸 능력과 각오가 있을 때 레버리지 가능.
- 공동투자는 지양하자. (누군가는 하락 시 버틸 각오가 되어있더라도, 누군가는 손해보더라도 당장 팔자고 할수도 있다. 동업이 어렵듯 같이 하는 투자도 어렵다.)
아무리 '빚투는 위험하다, 여윳돈으로 투자해라' 말로만 들어서는 소용이 없나보다.
나도 당시 '여윳돈으로 투자하라'는 말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 처맞아봐야 얼마나 아픈지 아는 법이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아주 값비싼 수업료를 냈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투자인생에 있어서 큰 배움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절대 잊을 수 없는 고통)
레버리지는 부자가 되기위해 반드시 사용해야하는 도구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레버리지를 쓰려면 '잘'써야한다.
잘못된 레버리지는 우리를 지옥으로 떨어트리기 딱 좋은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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