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에게 코밍아웃 했습니다. (몰래한 투자, 몰래 대출)

2021. 2. 3. 16:33투자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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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함부로 따라하시면 거지될 수 있습니다. 투자에 신중하세요.

※ 와이프에게 코밍아웃(코인+커밍아웃) 한 썰 풀겠습니다. 독백 형식으로 서술하겠습니다.


어제 2021. 2. 2.은 우리 부부가 사귄지 1800일 되는 날이었다.

'결혼하고 무슨 1800일을 챙기냐' 하겠지만 며칠 전부터 와이프님의 심기가 심히 불편하셔서 스윗한 남편으로 빙의해 1800일을 준비하게 되었다.

나는 백화점에 들러 작은 선물과 케이크를 준비했다.
우리는 무려 치킨 한 마리에 2만원이 넘는 BBQ를 주문해 저녁만찬을 즐겼다.
예전에 선물 받았던 화이트와인과 곁들여 우리만의 파티를 즐겼다.
BBQ황금올리브 치킨은 존맛탱이었고 화이트화인도 맛있었다.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와이프의 기분이 좋아보였다.
이 타이밍을 놓치면 안된다는 생각에 와이프에게 코밍아웃을 했다.

나 : 자기야, 내가 말이야.. 할말이 있는데.. 흠... 고백할게 있는데... 자기 전에 나한테 "코인 떨어졌을때 풀매수 했어야됐는데! 빚내서라도 샀어야됐는데!"라고 했었잖아?

와이프 : 응, 그랬지. 근데 왜?

니 : 그래서 내가 자기를 대신해 코인 쌀때 좀 사놨어.

와이프 : 응? 언제? 무슨 돈으로? 자기 돈 없잖아.

나 : 내가 언제 한번 직장에서 대출 받을 수 있다고 했던거 기억나? 코인 떡락했을 때 말했었는데 자기가 "뭐? 미쳤어? 대출을 받아서 코인을 산다고? 대출 받기만 해봐, 바로 헤어질줄 알아."라며 협박했었잖아. 근데 나는 기회를 날리는게 너무 아까워서 몰래 대출을 받았었어.
생각해봤는데 1,400만원을 대출받으면 한달에 이자가 4만원정도 하더라고. 1년동안 이자 내봐야 50만원정도밖에 안하는데, 코인 저점에서 사놓으면 설마 1년동안 10%이상 안오르겠나 싶은거야. 아무리 봐도 승산이 있는 게임이라서 대출받아서 매수했어.
그리고 운좋게 최근에 코인이 떡상했었잖아, 그래서 지금 원금 1,400만원 다갚고 1,200만원정도 남았어.

와이프의 반응은 어땠을까? 

나는 아무리 결과가 좋았더라도 일단 혼나고 시작할 줄 알았다.

와이프 몰래 대출받은 것, 와이프가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할까, 신뢰가 깨졌다고 할까봐,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우리 관계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까봐 걱정됐다.
고백하지 직전까지 고민했다.

'그냥 고백하지 말까? 나중에 비상금으로 쓰면서 와이프 선물도 하고 필요한 곳에 쓸까? 매달 월급이랑 섞어서 몰래 저축통장에 넣을까? 5천만원, 1억 더 크게 만들어서 서프라이즈 해줄까?' 등등..
하지만 더이상 숨김이 길어지면 일이 커질 것 같았다.

"거짓말은 더 큰 거짓말을 낳는다, 거짓말은 꼬리의 꼬리를 물고 더 커진다."는 말이 떠올랐다.
지금 타이밍을 놓치면 언제 고백할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서 고백해버렸다. 더이상 큰 거짓말을 만들기 싫어서.

그런데 다행히도 와이프는 좋아아했다.
코인 어플에서 총 평가금 1,200만원이 뜨는 화면을 보여주자 와이프의 입가에는 참을 수 없는 미소가 번졌다.
오히려 나보고 잘했다며, 이게 뭐냐며, 대단하다며, 사랑한다고 말해주었다.
걱정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반응이었다. 어안이 벙벙할 정도였다.
"너 나몰래 이런거 했어? 누가 몰래 이런거 하래! 왜 나한테 숨겼어?" 정도는 혼날 줄 알았는데 부정적인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 고백하기 전에 '잘하면 좋게 넘어갈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한적은 있었다.
우리가 하던 대화 중 '좋은 결과로 보답하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라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들면, 
나 : 자기야, 오디션 프로그램 같은거 보면 꼭 부모들이 가수되는거 반대하다가도 본선 진출하고 그러면 발벗고 나서서 응원하고 그러더라, 막상 결과가 좋으면 마음이 돌아서나봐 그치?

와아프 : 당연하지! 막상 처음에는 잘 안될까봐 걱정돼서 반대하는거지, 잘되고 있는 모습 보면 좋아하지!

내 목표는 대출받았던 1,400만원의 정확히 100%의 수익이었다.
(원금 갚고도 1,400만원이 남는 상황에서 공개, 고백하고 싶었다.)
며칠 전 XRP가 펑핑되어 800원 이상으로 갔을때,
대출원금 제외하고 +1,900만원까지 갔었다.

그날 밤 자랑스런 모습으로 와이프에게 고백할 생각에 신이 났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고백하던 시점에는 XRP가 하락해 +1,200만원이었다.

어쨋든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어 다행이다. 

앞으로는 마음 불편한 투자는 지양해야겠다.

그리고 와이프에게 투자실력에 대해 조금은 인정받은 것 같다.

다음번에 레버리지를 써야할 상황이 있을때 잘 허락해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우리는 여기서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1. 투자 및 대출은 반드시 배우자와 상의하고 허락을 받아야한다.
나는 어쨋든 수익을 내고 고백해 잘 넘어갔지만, 몰래투자하는 지난 1년간 마음고생이 심했다.
항상 죄짓는 느낌이고, 불안하고, 언제 공개해야되나 고민되고, 같이 있어도 마음은 다른데 가있고, 현재의 소중한 시간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2. 이미 몰래 투자중이라면 좋은 결말을 맺어야 한다.
이미 몰래 투자중이라면 절대 들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먼저 와이프에게 고백했기에 받아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와이프에게 들키는 방식으로 공개가 됐다면 아마도 큰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신뢰는 깨지고 심하면 헤어질 각오도 해야할 것이다.

 

"마음이 편안한 투자가 최고다. 자신의 그릇에 맞는 투자를 하자"


지난 1년간 직장대출 1,400만원으로 몰래 투자했던 과정을 간단하게 표현해봤다.

약 1년간의 여정이었다. 최근 운이 좋게 펌핑이 두번 와서 원금회수 및 수익을 낼 수 있었다.

그 결과로 원금 1,400만원 모두 상환하였고

현재 계좌에는 약 1,200만원이 평가되고 있다.

"투자는 엉덩이로 하는 것. 투자는 엉덩이 무거운 사람이 엉덩이 가벼운 사람의 돈을 뺏어가는 게임이다"

"1년에 한두번 매매하는 사람이 하루종일 매매하는 사람보다 돈을 더 많이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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